2012년 4월 4일 수요일

2011.4.4 퇴사 그리고 1년

2011년 4월 4일.
무모한 선택이었다.
정해진 것은 없었고 계획 같은건 더더욱 없었다.
돌이켜 보니 어떻게 보면 경솔했지만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선택이었다.

오늘로 나의 공식적인 첫 직장이었던 곳을 관둔지 정확히 1년이 되었다.
이 시점에서 한 번 정리해보고 싶은 욕심이 들어 무슨 의식처럼 1년을 되짚어 본다.

Phase1: 자유 탐색의 시기 (2011년 4월초~2011년 8월말/5개월)

백지상태에서 내가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노트에 키워드를 몇 개 적어보았다.


취업의 경우 IT 서비스 기획과 미디어 쪽에 관심이 있었고, 창업 역시 앱/웹서비스쪽.
공부하고 싶은 분야는 HCI,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법학 이렇게 세 분야 였다.

시도하다 보면 우선순위가 생길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주저없이 위에 적힌 모든 것에 도전한다.

Daum의 서비스기획 직군 수시채용에 원서를 넣고, SBS ESPN 피디 인턴에도 지원했다.
대전에 있는 개발자, 디자이너 친구들과 팀을 꾸려 앱서비스를 기획하기 시작했으며,
로스쿨 스터디도 나가면서 HCI 대학원에 원서를 넣고, 한국어교원양성과정을 수강했다.

역시 해봐야 아는 건가.
로스쿨 스터디는 시작했다고 말하기도 무섭게 금방 접었고,
Daum은 면접에서 낙방했으며,
HCI 대학원 합격 소식 앞에 ESPN 스포츠 피디 인턴을 포기했다.
학교로 돌아가 공부하며 대전에서 서비스 개발할 행복한 시간을 꿈꾸던 것이 8월 중순이다.

Phase2: 스타트업 몰입기 (2011년 9월초~2011년 12월말/4개월)

친구들과 약속했던 여름휴가를 취소하고 트렌드 파악을 위해 참여했던 Startup Weekend.
2010년 2학기 안철수 교수님의 '벤처창업 이론과 실제' 수업에서 발표했던 웹서비스의 한 코너를 떼서 엘레베이터 피치를 했는데 운좋게 팀이 구성되면서 이 아이템은 살아 남았고 Startup Weekend 행사에서 1등상을 수상하게 된다.

팀웍이 잘 맞았던 덕에 행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업화를 진행하기에 이른다.
열심히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하고 바쁘고 힘들었지만 정말 달콤한 나날이었다.
앱스토어에 처음 등록 되었을 때의 기쁨, 속속 늘어나는 다운로드와 가입자를 확인할 때의 희열.
70여개국에서 우리 앱을 쓰고 있는 구글 analytics를 확인하던 꿈같던 시간들

iPhone 스크린샷 1iPhone 스크린샷 2

하지만 사업은 내가 생각한 것 만큼 쉽게 이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회사 설립을 두고 의견 조정기간이 길어졌고 결국 포기에 이른다.
K-POP Letter로 새출발 하려고 했지만 이전 일의 후폭풍은 생각보다 거셌고
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 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대혼란에 빠지게 된다.

12월은 정말 말 그대로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감정의 기복이 심했고, 판단의 잣대도 수시로 바뀌었다.
지식도 경험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배우면서 돈을 벌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hase3: 심화 탐색기 (2012년 1월초 ~ 현재/4개월차)

나는 과연 스타트업에 적합한 사람일까. 기업가(Entreprenuer) 타입일까?
co-founder 스타일? 삶의 한 형태로 스타트업 직원으로 일 할 수 있을까?

iPhone Screenshot 1iPhone Screenshot 3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값진 경험들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잘 할 수 있을런지 고민이 많다.
계속 의심을 놓치 말고 치열하게 공부하고 또 공부하자.


맺음말.

1년 전과 비교해서 나는 무엇이 달라졌나.

나는 전보다 말랑말랑해졌고 단단해졌다.

능동적이고 마음이 열린 사람이 되었다는 측면에서 말랑말랑해졌고,
고통의 시간을 지나면서 나의 중심을 조금씩 잡아가며 단단해졌다.

이제 내가 정말 소중히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나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한다.
20대 후반의 1년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여러모로 2011년은 나에게 꼭 필요한 한 해였다.
온실 속 화초처럼 순탄하게 살아온 내 인생에 꼭 필요한 경험이었다.

돌이켜보니 주변에서 격려하고 지지해준 친구들에게 정말 고맙고,
철부지 딸래미 보며 걱정하셨을 부모님께 죄송하다.
의외로 주변에 많은 분들이 챙겨주셔서 앞으로 다 갚으며 살야겠다고 생각했다.
스타트업계 와서 안지 얼마 되지 않는 분들도 선배로서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어 고맙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불타는 도전을 응원하면서도,
냉철한 판단 근거를 짚어주며 조언을 아끼지 않은 민철이에게 감사하다.
(내가 새로운 선택을 할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도,
무너져내리던 시기에 추스릴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대 덕분이었어요 :D)

내일도 오늘보다 더 나은 내가 되도록 열심히 살아야지!
파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