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3일 목요일

[책] 긍정의 배신 - 긍정적 사고는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

같은 연구실을 쓰는 한 분이 퇴근하는데 책을 들고 가시길래, "무슨 책 읽으세요?" 라고 물어봤다가 '어, 재밌겠다' 해서 덜컥 받아 들게 된 책. 긍정의 배신.
일단 제목부터 풍기는 느낌이 나랑 잘 맞을 거 같았다. 삐딱한 시선. 비주류 본능.
[파란색 글씨: 책에서 발췌 -회색글씨: 발췌 부분]

책을 내용을 꼼꼼하게 보진 않았다. 그래도 '머리말'과 '맺음말'만 제대로 읽으면 이 저자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해할 수 있다.

초기 자본주의가 긍정적 사고에 우호적이지 않았던 반면에 후기 자본주의, 곧 소비자 자본주의는 긍정적 사고와 훨씬 죽이 잘 맞았다. 소비자 자본주의는 '더 많은 것'을 원하는 개인의 욕구와 '성장'이라는 기업의 지상 과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문화는 더 많은 것(자동차, 더 넓은 집, 텔레비전, 휴대전화, 갖가지 종류의 신제품)을 원하도록 부추기고, 긍정적 사고는 소비자들에게 '당신은 더 많은 것을 가질 자격이 있으며, 정말로 그것을 원하고 손에 넣기 위해 노력한다면 실제로 가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한편 경쟁 속에서 상품을 생산하고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해야 하는 기업들로서는 성장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시장점유율과 이익을 지속적으로 키워 나가지 못하는 기업은 퇴출되거나 덩치가 더 큰 기업의 먹이가 된다. 한 기업이든 경제 전체든 영원한 성장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긍정적 사고는 영원한 성장이 숙명인 것처럼 꾸미거나 그것이 실제로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머리말 p28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전문가 가운데 긍정적 사고가 주는 위안에 기대는 위험을 가장 꺼리는 이들이 의사인데, 외과 의사 아툴 가완디(Atul Gawande)는 이렇게 썼다. "암과 싸우는 사람에게도, 내란에도, 아니면 그저 직장 내의 문제에도 요즘에는 긍정적 사고를 성공의 열쇠로, 심지어는 비밀로 제시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진짜 열쇠는 부정적 사고다. 실패를 의식하고 때로는 예상하기까지 하는 부정적 사고 말이다." -맺음말 p274

자기계발서는 끊이지 않고 나오고 그 인기는 식지 않는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공부/일 하라고 하고, 평생 공부에 미치라고 하고 마시멜로 먹지 말고 참으라고 강요하는 자기계발서들. 이제 지칠대로 지치지 않았을까?

언론에도 온통 워커홀릭을 극찬하는 내용 뿐이다. 젊은 나이에 연봉(사업체의 경우 매출)이 얼마라는 둥, 한국인 최초로 어느 위치까지 올라갔다는 둥 애플의 팀쿡, 야후의 마리사 메이어 그들의 지난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독하다 싶을 만큼 열심히 한 사람 이야기 뿐이다. 열심히 했지만 실패한 사람들에게 스포트라이트는 가지 않는다. 이건 마치 사회가 '긍정적인 마인드로 열심히 해서 성공하자'고 사람들을 희망고문(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희망을 주어 더 큰 기대를 하게 만드는 것)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네가 성공할지 못할진 모르겠지만 일단 열심히 일해라 뭐 이런 식.

전에 출산율이 저조한 문제에 대해 쓴 칼럼을 봤는데 이런 표현을 썼다.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노예는 노예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 인구문제를 오직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드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 탄생한 생명에 대한 안전망 없이 출산을 강요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이 담긴 글이었다. 누구를 위한 성공이고 누구를 위한 하드워킹인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 하드워킹 그 자체가 강요나 압박에 의한 것이 아닌 스스로 행복하기 위함이길 바라기 때문이다.

예전에 수업을 같이 들었던 분과 작년인가 식사를 하면서 나 스스로 뼛속까지 비관적인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마침 오늘 점심때 오랜만에 그 분을 만나 점심을 먹었는데 "비관적인 사람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밝고 명랑해 보여요?" 하셨다. 긍정적인 비관주의자인지 냉소적인 긍정주의자인지 어떤 기준으로 나를 판단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기저에 깔려있는 비관적임 때문에 매사에 긍정적일 수 있는 것일까.

나는 결코 긍정의 힘을 부정하지 않는다. 항상 스스로에게 잘 될 사람이라는 주문을 걸고 실제로 그것이 나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마냥 핑크빛 미래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그에 맞는 준비와 실행이 필요한 것이고 그 와중에 비판적인 사고를 놓치 않는 것이다. 공부를 하든, 직장을 다니든, 사업을 하든 항상 위험요소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하는 것을 무비판적으로 마냥 따를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인생관과 관점으로 재해석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책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접하는 것은 흥미롭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 작가님의 생애에 대해서도 관심이 옮겨갔다. 그녀의 행보를 보니 관심이 갈 만 하다. 읽고싶은 책 리스트에 오! 당신들의 나라를 올려두어야 겠다.

저자 : 바버라 에런라이크 (Barbara Ehrenreich)   
  • 최근작 : <노동의 배신>,<오! 당신들의 나라>,<긍정의 배신> … 총 3종 (모두보기)
  • 소개 : 1941년 미국 몬태나 주에서 태어났다. 록펠러 대학에서 세포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도시 빈민의 건강권을 옹호하는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다가 전업 작가로 나섰다. 2001년, 저임 노동자의 생활을 잠입 취재해 『노동의 배신(Nickel and Dimed)』을 썼고 이 책이 미국 내에서 150만 부 이상 팔리면서 생활 임금 논쟁에 불을 붙였다. 2011년에는 자기계발서와 동기 유발 산업, 초대형 교회, 긍정심리학 등 사회 곳곳에 만연한 긍정주의의 폐해를 낱낱이 파헤친 『긍정의 배신』으로 한국 독자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여 권의 책을 썼으며 현재 『뉴욕 타임스』 『타임』 『하퍼스』 『네이션』 등 미국 주요 언론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현장에 밀착한 글쓰기와 노동자, 여성, 소수자 등을 위한 사회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홈페이지 www.barbaraehrenreich.com 











참고1. 룰루룰루 그림일기: 긍정의 배신
참고2. 브레인미디어 추천도서: 긍정의 배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