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3일 목요일

네 캐릭터는 뭐야? 무기가 뭔데?

"지식서비스공학과 입니다."
"뭐라구요?"
"지식서비스공학과라구요."
"뭐 하는 과예요?"
우리 학과에는 융합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학생들이 모여있다. 전공은 컴퓨터공학, 전기전자, 산업공학, 경영학, 산업디자인, 영어교육, 문헌정보 등등 매우 다양하다. 가장 이상적인 구조는 서로 갖지 못한 것을 나누며 상생하는(!) 소위 윈윈하는 생태계이다. 예를 들어 전산 베이스지만 인문학이나 경영학에 대한 접근이 부족했던 학생은 해당 소양에 대해 넓히게 되고 반대로 인문학 베이스의 학생들은 기술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식으로 본인이 원래 배운 것 이외의 부분에 대한 접근과 견문을 넓히는 것. 그것이 일종의 융합학문의 매력이라 하겠다. 그런데 과연 우리 학과는 그렇게 운영되고 있을까? 얼마전에 '왓슨'하면 떠오르는 것은? 이란 주제로 글을 적은 적이 있다. 글의 핵심은 우리과는 특성상 사람마다 기반으로 배운 학문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단어를 듣고도 떠올리는 것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더불어 우리 학과에는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학제간의 연구를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과.연.

정말 그럴까?

예상 시나리오
1. 내가 가진 무기를 디폴트로 갖고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게 된다.
2. 새로운 무기에 대해서 이해하고 내가 가진 무기를 더 날카롭고 강하게 만들게 된다.
3. 내가 가진 무기는 녹슬고 무뎌지지만 무기로 쓸 정도의 새로운 무기는 장착하지 못한다.

이 학과에서 내가 기대한 것은 1번 혹은 2번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3번은 커녕 내가 무기를 가지고 있기는 한가에 대한 생각이 든다.
(이 학과에 진학한 이유와 학과의 운영방침이 나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예를 들면 나의 경우는 이 학과에 온 가장 큰 이유는 IT를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더 자세하게 말하면 프로그래밍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이해한다는 것의 범위가 매우 모호하고 나 스스로도 어떤 목표지점을 정확하게 그리고 있지 못하다) 그런데 공부를 하다보면 나의 포지션이 매우 애매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과연 프로그래머로서 직업을 가질 수 있을 만큼 능력을 키울 수 있을것인가? 혹은 그래야 하는가? (꼭 프로그래머가 될 만큼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알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번학기를 예로 들자면 일단 프로그래밍을 하는 수업을 수강했다. 그래서 C프로그래밍을 배워서 실습도 하고 이래저래 고생을 했더랬다. 그러나 결국 학기말 프로젝트에서 하나의 큰 프로그램을 짜야 할 때 소스보고서를 쓰거나 발표 준비등은 함께 했을 지언정 프로그래밍 일에 있어서는 이렇다 할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다른 수업에서도 어느정도 프로그래밍이 수반되는 과제가 있었다. 데이터 마이닝 같은 경우, 개인과제는 오픈소스를 활용한 것이라 내가 한 코딩은 아예 없고 그나마도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주변의 도움으로 해결하였다. 그리고 이 수업에서 팀프로젝트를 하게 되었을 때는 결국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이 모든 프로그래밍 일을 하게 되었다. 다른 수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그 역할을 맞게 된다. 한정된 시간에 내가 못하던 것을 뚝딱 하게 될수도 없는 노릇이고 배우려면 어느정도 배울 순 있겠지만 그게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있어 효율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나 좋자고 내 할일 제쳐두고 그걸 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오늘 문득 든 생각이 일단 무기를 가진 사람은 그 무기를 잘 활용해서 더 발전할 수 있겠지만 아예 무기가 없는 사람은 소위 말해 캐릭터가 매우 애매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 스스로 정체성을 정립하지 않거나 특정 분야에 대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미궁으로 빠져들기 십상인 것이다. (이번 학기 한 졸업생이 동시에 합격한 회사들의 분야와 직군을 보면 다양하다. 그게 이 학과의 장점일 수 있다. 장점을 극대화 하는 것 또한 나의 능력이겠지!)

당신은 어떤 캐릭터입니까? 무기가 뭐죠?

그래서 지금이 중요하다.

나는 어떤 목표로 어느 부분에 집중하여 나의 캐릭터를 잡아 갈 것인가.
정말이지 그냥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이 살고 싶지 않다.
그럴려면 이 글을 적을 시간에 논문 한 줄이라도 더 읽고 코드 한 줄이라도 더 짜야 할 것 같지만.. 방향성 없는 무분별한 노력도 어쩌면 의미가 없을 수 있으니.. 계속 고민은 하고 있지만 정하는 것이, 그리고 실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 벌써 학기 말이다. 이번학기 정말 정신없이 힘빼면서 열심히 했는데 계속 이렇게 무턱대고 할 것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듯 하다.


※ 혹시나 그래서 지식서비스공학과가 뭐하는 학과인지 궁금하신 분은 학과홈페이지에 있는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