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4일 금요일

잘가요 2012 어서와요 2013

몇 년 전에 이런 걸 알게 되었다. 올해의 10대 뉴스를 뽑고, 내년의 3대 목표를 세우기. 전자는 소설가 김영하씨가 고등학교 때 부터 해오던 연말의식이라고 트위터에 언급하셔서 알게 되었고 후자는 경영대학원 동기인 ㄷㅎ이네 가족이 연초에 3가지 이루고픈 목표를 적어서 봉투에 담아두었다가 연말에 꺼내 보고 얼마나 이루었나 확인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알게 됐다. (10대 뉴스 뽑는건 그럭저럭 할 만 한데 3대 목표는 정하는 일도 쉽지 않고 지키는 일은 더욱 쉽지 않다.)

2012년을 마무리 하면서 이 같은 작업을 할 기회가 두 번 정도 있었다. 여러 송년회를 참석했지만 알콜 없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술잔이 오가는 송년회가 덜 좋다기 보다는 그저 술잔이 오가지 않아도 좋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잘가요~ 2012~ 어서와요! 2013!

올 한해를 한마디로 정리할 순 없겠지만, 분명히 말 할 수 있는건 정말 후회없이 치열하게 열심히 살았다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나 공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했고 미래에 대한 탐색도 열심히 했다. 일도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사람도 챙기면서 할 거 하는 그런 한 해 였다.

#. (Bad) 잔인한 4월
3월부터 정신상태가 점점 안좋아지다가 4월에 바닥을 쳤다. 2011년 12월에 우울했던 것 보다 더 힘들었다. 분노조절도 안되고 숨이 턱턱 막혔다. 괜히 휴대폰을 던지고 싶다거나 욕을 하고 싶었다. 뭐가 그렇게 불만이었는지. 나 스스로를 너무 옭아맨게 문제였던거 같다. 울기도 참 많이 울었다.

#. (Good) 블로그 시작
또 하나의 재미, 블로깅!

글을 쓰기 시작했다. 즉 생각을 정리하고 공유하기 시작했다. 정말 오래전 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었는데 드디어 해냈다. 글의 쓰며 스스로 치유하고 글을 읽은 사람들을 통해 한 번 더 치유받는다. 정보성 글을 많이 남기고 싶지만 감정이나 생각을 공유하는 것도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담백하고 좀 더 깊이있는 글을 쓰고 싶다.

#. (Good) 루시홍의 짤방제작소 개장
루시홍의 짤방제작소에 관한 건은 따로 블로깅 한 번 하려고 생각중인 아이템. 짤방의 어원은 아마 '짤림방지용 이미지' 일것이다. 일종의 재밌거나 웃긴 이미지 같은건데 회사에 있을 때 페이스북에 재밌는 이미지들이 엄청 공유되는걸 보고 비트윈 홍보용으로 만들어보려고 파워포인트로 작업한 몇개가 히트를 쳤다. 유명 페이지를 운영하는 운영자가 본인 페이지에 업로드 해준것을 기점으로 어떤 정체모를 유머 공유 사이트 같은데 공유된걸 발견하기도 하고 페이스북 공유가 많이 된 것을 보니 흐뭇했다. 회사를 나오고 나서도 아이디어가 있을 때 마다 작업해서 공유하고 있고 앞으로 더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내고픈 욕심이 있다.

Couple meme
/* 위의 이미지는 like 4만 정도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처음 올라갔다. 해당 페이지 운영자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넌지시 저 이미지를 보냈다. 운 좋게 그 운영자가 이미지를 본인 페이지에 업로드 해주었고 당시 2500 like와 1600건의 공유, 120여개의 코멘트가 달렸다. 이후 like 40만인 I am Programmer, I have no life 페이지에 올라온걸 보고 놀랐다. 출처로 표기되어 있는 funpoint.com이란 사이트에 가보니 이 이미지가 6000건 이상 facebook으로 공유되었고 지금 말 나온 김에 구글 이미지에 검색해보고 더 놀람. */

#. (Bad/Good) 회사를 그만 둠
어떤 이유에서든 회사를 그만둔건 좋게만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믿고 맡긴 일을 내려 놓은 것이고 소중한 사람들의 곁을 떠난 일이니까. 이 결정이 올해 가장 잘못한 일인 동시에 가장 잘한 일이다.

#. (Good) 공부쟁이로 변신!
학교에 와서 거의 매일 새벽까지 공부했다. 어떤 의무감이나 압박에서가 아니라 정말 하나라도 더 알고 싶은 마음에. 육체적으론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나 심리적으로는 행복했다. (민철이가 '공부쟁이'라고 놀리기도 했고 내 체력에 놀라기도 했다ㅎㅎ) 태어나서 공부란 걸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었고 그렇기에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몰랐다. 효율성, 최적화 이런건 기대하지도 않고 냅다 공부했다. 그냥 우직하게. 스스로 다섯시간넘게 앉아 있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데에 놀랐고 현재의 생활에 매우 만족한다.

#. (Bad) 못하는 일을 하겠다고 덤비는 건 팀을 해치는 일이다. 프로젝트에서 짤림.
대부분의 대학원생들이 그렇듯이 프로젝트에 배정되서 일과 연구를 병행한다. 나는 관심있는 분야에 지원했고 운좋게 해당 프로젝트에 배정되었다. 그런데 프로젝트에서 짤렸다. 그 과정을 설명하자면 길지만 결론은 내 능력이 부족해서 이렇게 된 일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다른 프로젝트에 재배정 되었다. 이번엔 꼭 제대로 해야지.

#. (Good) 귀인을 만나다.
사람들을 부지런히 연결해 주어서 였을까. 나에게도 귀인이 나타났다. 정말 많은 귀인이 계시지만 그 중에 두 분정도만 꼽아보자면.
첫 번째는 에버노트 라이프의 저자이신 홍순성 대표님이다. 이 분덕에 '에버노트 스마트워커 라이프 - 6인의 에버노트 정리법'이란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페이스북을 통해 홍대표님을 알게 되었고 에버노트 팟캐스트 모임에 나갔다가 발표 제안을 받게 됐다.
그리고 다른 한 귀인은 바로 우리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이신 ㅅㅊ선배님이다. 연구 참여자 소개시켜 드리고 프로젝트 회의때 토론하던 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은 나의 자바 과외 선생님이시자 research mate이다. 덕분에 SCI급 저널 작업을 함께 하는 영광과 함께 개발 공부까지 하게 되어 허우적대던 어두운 학교생활의 한 줄기 빛이 되어 주셨다. 그리고 내가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닌 주고 받는 존재로 만들어주심으로써 나를 더 파이팅 넘치게 해주셨다. (나의 블로그의 열혈(?) 독자이시기도 하니 이 글을 빌어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2013년도 잘 부탁드려요!ㅎㅎ)
VCNC멤버들도, 일하면서 알게 된 인연들도, 학교 입학 동기들도, 룸메도, 같이 스터디 한 사람들도 모두 다 내겐 귀한 인연이다. 앞으로도 소중한 인연 잘 지켜나갈 수 있도록 더 잘해야겠다~!

#. (Good) 두루 즐긴 문화생활
KEANE 그리고 Maroon 5

서울재즈페스티발, 지산락페, 마룬파이브, , KAMF(KAIST Art & Music Festival), 육감전, 서울대 미대졸전까지! 올 한해 부지런히 문화생활을 즐겼더랬다. 친구들이랑 도시락이랑 맥주 사들고 올림픽 공원에 가서 티켓없이 재즈페스티벌 공연장 근처에 돗자리 깔고 뒹굴뒹굴. 라디오헤드 좋아하는 사장님 덕에 지산락페를 회사멤버 모두 다함께 가고!ㅎㅎ 민철이랑 마룬파이브랑 킨 공연도 다녀오고 학교 잔디밭에 앉아 어쿠스틱 콜라보 음악을 들었다. 이런 추억들은 정말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아름다운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미대생들의 전시회에 가보고픈 로망 같은게 있었는데 올해는 두 번이나 그런 행운을 누렸다. 엠티대신전으로 VCNC 디자이너들의 전시회도 가고, ㅎㄴ의 졸업전시회도 다녀왔다. 정말 놀라운 세계들! :)

#. (Excellent)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일.
잘한 일이고 좋아서 하는 일이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하고 싶은 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
connecting poeple

먼저 커플앱을 만드는 비트윈에 입사했는데 CTO님이 솔로라니! 냉큼 그룹동기와 소개팅을 주선하여 둘은 알콩달콩 예쁘게 연애하고 있다. (그리고 비트윈의 품질이 향상되었다는 훈훈한 소식이?ㅋㅋ) 스타트업계의 대모님과 조선일보 선배 두 분을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고, 스타트업계의 대모님의 팬미팅을 개최하기도 했다. 그냥 둘이 만날 것도 좋은 사람 한 분씩 더 모셔서 만나고 그게 커져서 정체불명의 모임을 만들기도 했고, 자바 과외를 자바 스터디로 확장시켜 함께 배우는 즐거움을 누렸다. 사소하지만 연구 참가자를 끌어오는데도 일조했고, 함께 풋살 뛸 멤버들을 연결하기도 했다.

#. (Excellent) 내 사랑 민철이랑 1000일 돌파!
오홍홍. 이게 뭐 별건가 싶지만 한 해를 돌아보는 글에 민철이가 빠질 순 없지! 우리가 알콩달콩 연애한지도 어언 1000일이 넘었다. 정말이지 말로 다 못할만큼 고맙고 또 고맙다. 이제 좀 적당히 좋을 법도 한데 갈수록 더 좋다. 꼬부랑 할머니 할아버지 되어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삽시다! 백년해로 고고~ㅎㅎ

#총평. Very Good.
올해는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물론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일도 공부도 열심히 했고 그러면서 사람들도 챙겨가며 사람답게 살았다. 그리고 블로깅을 시작했고 컨퍼런스에서 발표 할 기회도 있었다.

/*  어찌보면 내가 미래에 하고 픈 글쓰기(혹은 책쓰기)와 강연하기의 꿈의 첫 발을 내딛었다 할 수 있다. 첫 발을 내딛었다고 쓰고 보니 글 쓰기는 학부때 과학회지를 발행하는 동아리도 했었고, 한국도시설계학회 학생 기자단도 했으며, 기자 인턴을 두 번(조선일보, 스포탈코리아) 했다. 말하기 역시 학창시절 12년간 학급임원을 하고 대학가서 학생홍보대사 하면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을 많이 하면서 기반을 잘 다져두었기에 첫 발도 내딛을 수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

난 자꾸 더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자유롭다는 것이 소속된 단체가 없거나 혼자 멋대로 살고 싶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하고픈 것을 할 수 있는 그런 능력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고 실력적으로 갖춘 사람이 되고 싶다.

2013 resolution
2011년 4월에 회사를 퇴사한건 내게 정말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그때 새로 태어났다고 생각 할 정도로!) 2011년엔 정말 암것도 모르고 누워서 바둥바둥하고 있었다면 2012년엔 앉아서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하며 '여기가 어디지 난 어디로 가야되지' 이러고 있었던거 같다.

이제 2013년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기거나 걸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키우는 한 해로 만들고 싶다. 학교 수업을 통해서도 많이 배우고 프로젝트 일도 척척 해내며 프로그래밍이나 통계쪽 지식도 든든히 쌓고 영어도 계속 열심히 하면서 디자인 툴도 다룰 수 있으면 참 좋겠다. 그리고 지금처럼 꾸준히 블로깅도 하고 책도 읽기를! 그러는 와중에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도 잘 챙기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이어주면서 문화생활도 즐기면 더 바랄 것이 없을듯하다. 마지막으로 한 줄 더 보태자면 옹졸하고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이타적인 사람이 되면 더 좋겠다.

어찌 보면 평범한 듯 하지만 뜯어보면 야침찬 2013년 계획. 올해 연말에 다 이루었노라고 말 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살아야겠다.

2013년도 파이팅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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