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7일 일요일

계급장 떼고 실력으로 승부하라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어떤 글을 읽다가 위의 대목을 마주하게 되었다. 저 대목이 데미안의 일부 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는 데미안을 읽은 적이 없었다. 수 많은 명작들 중 읽은 것을 세는게 빠를 정도로 나는 문학작품과 친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불현 듯 문학 명작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첫 작품으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었다. (그런데 이 글은 데미안에 관한 글이 아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맨 뒤의 전영애님의 역자의 글을 읽다가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했다.

데미안이 출판되던 당시에 헤르만 헤세는 이미 작가로서 유명했기 때문에 이 작품을 작품성만으로 평가받고 싶어서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을 써 발표했다고 한다. 그 결과 에밀 싱클레어라는 유령작가가 독일의 권위있는 신인 문학상인 폰타네상의 수상자로 지명되었고 헤세는 정체가 밝혀진 뒤 이 상을 사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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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은 1919년에 출간 되었는데 그 발표 방법이 특이 하였다. 저자 이름이 익명으로 되어있었고, 그 이름이 작품의 주인공과 동일하게 징클레어 였다. 뿐만 아니라 헤세는 책의 원저자까지 세상에 숨겼다. 헤세는 책의 출판을 부탁하는 편지를 S. 피셔에게 보냈는데 그 글에서 원저자가 스의스에 거주하는 젊은 사람이고 또 오래 살수 없는 병자이고 헤세 자신이 그의 원고를 청서하는 수고까지 했다는 등의 거짓말을 했다. 그래서 출판사도 한동안 데미안의 원저자를 모르고 있었다. 익명으로 출판된 데미안은 큰 인기를 얻었고 뒷날 헤세와 더불어 현대 독일의 최대 작가인 토마스 만은 출판된 당시에 '충격적인 반향'을 일으켰다고 회고 했다. 세상은 데미안의 저자가 신진 작가인줄로만 알고 그에게 ꡐ폰타네 상ꡑ을 수여하기 까지 했다. 이상은 처녀 소설 작품에 한해 주는 상이다. 그러나 초판이 나온후 1년쯤 경과 해서 원저자가 헤세라는 것이 밝혀 졌다. 그렇게 되자 헤세 스스로가 그 사실을 고백함과 동시에 폰타네 상을 반려 했다. 그 후(1920)부터 데미안은 헤세를 저자명으로 하고 출판 되었다.
헤세가 데미안을 익명으로 하고 출판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는데 그것은 완전히 변화한 자기를 나타내려는 의도에 있었다. 변화는 그가 이전에는 자연을 찬미하고 자기 자신을 자연에 의존시켰던 작가였다면 지금은 내면에서 자기를 구하는 내면적인 작가가 된 변화를 말한다. 헤세의 표현에 의하면 이전에는 그가 한낱 오락소설의 작가에 불과 했고, 이제 데미안으로써 그러한 작가의 역을 벗어 던지고 새로운 시작을 결행했으며, 이런 새로운 자기를 나타내려고 이 새로운 작품에 자기의 원명 대신에 익명을 붙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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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이 마음에 남아 Path에 남겼는데 아끼는 한 예술가가 이런 코멘트를 남겨주었다.
"진짜 예술이 이런게 아닐까. 계급장 다 떼고 어디에 내놓아도 결국 사람들 마음을 관통하는 '무언가'를 남기는 것."
예전에 대한민국이 학력위조 사건으로 떠들썩 했다. 참 부끄러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학력이라는 것을 완전히 부정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그런 잣대에 눈이 멀어 진짜 그 사람의 모습을 못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그리고 학력이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서도 과도하게 학력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닌가 하는. (히딩크 감독의 박지성 발탁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이야기 이다)

2012년 2월의 트윗
작년 초에 한창 스타트업 생활(?)을 하면서 저런 트윗을 남긴적이있다. 스타트업 동네가 참 좋은 이유 중 하나는 계급장 떼고 좋은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다는 것. 짧은 스타트업 경험에 따르면 스타트업 업계 내 사람들은 같은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돕는데 열린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꼭 다 그랬던 것 같지도 않다. 다만 상대적으로 유연한 사회였을 뿐.)

데미안은 작품 그 자체만으로도 감명을 주기에 충분했지만 그의 출간 과정이 내게 또 하나의 가르침을 선사해 주었다.

두 줄 요약:
1. 누구를 만나든 어떤 사람을 계급장으로 판단하지 말자.
2. (뗄 계급장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계급장 다 떼고 실력으로 승부해도 충분한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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