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7일 금요일

노트북 키보드에 오렌지 주스를 쏟았다

어제 논문세미나 하다가 오렌지 쥬스를 팔로 쳐서 노트북 키보드 위에 쏟았다!!! 아... 마음이....ㅠㅠ 컴퓨터가 고장나진 않았지만 물이 아닌 주스라 끈적이는 키가 몇개 있어서 AS센터에 맡겼다가 고쳐서 사용해야 할 것 같다. 이번 학기에 대부분의 학생들의 연구실(11개 중 9개)과 학과 강의실이 있는 건물에서 뚝 떨어진 곳에 연구실을 배정받아 노트북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들고 다니면서 조모임이나 회의도 하고 연구실에 가기 시간이 애매할 경우 어디든 앉아 노트북을 열고 공부나 일을 했더랬다. 그래서 스마트폰 처럼 매일 들고다니던 노트북을 당분간 쓸 수 없게 되자 마음이 상했다.

그런데 이 일을 겪고 나서 하룻동안 일어난 일들에서 느낀바가 있어 몇가지 적어보고자 한다.

#1. 넘어지고 다치고 컴퓨터 부서지고 그 어떤것 보다 나음

어제 문득 페이스북을 보다가 어떤 후배가 아침에 안좋은 일이 있었는데 그게 다 오늘 하루가 잘되려고 액땜한 것이라고 써놓은 걸 봤다. 좋은 접근 법이다. 그래서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노트북을 생각하면서 애석해 했지만 한편으론 다행이라며 함께 식사를 하러 갔다. 같이 식사를 하러 가던 박사과정 학생이 그랬다. 내가 넘어지고 다치고 컴퓨터도 부서지고 이런거 보다 훨씬 낫지 않냐고. 맞는 말이다. 사실 노트북에 오렌지 주스 쏟은게 뭐 그리 별일이라고. 하핫.

#2. 지도교수 배정받음

무슨 좋은 일이 있으려나 했는데 지도교수님을 배정받았다. 이게 좋은 소식인 이유는 내가 원하는 교수님에게 배정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과는 특이하게 석사과정의 경우 2학기차 중간고사 이후에 지도교수님을 배정한다. 본인이 원하는 연구주제를 1지망, 2지망 이렇게 적어내면 교수님들께서 '이 주제는 제가 잘 지도할 수 있겠습니다'라고 하여 주지도 교수를 선정하고 그 연구를 도와주실 수 있는 2분이 부지도교수로 선정되어 논문 committee가 구성된다. 무엇보다 주지도교수님 선정이 중요한데 대부분 입학하자마자 지정되는 프로젝트 교수님으로 배정되곤 한다. 그런데 간혹 학생의 관심사가 바뀌거나 특정 교수님에게 학생들이 집중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다른 교수님으로 배정되는 경우가 있다.

나의 경우는 프로젝트 교수님과 지도교수님이 달라진 경우다. 지난학기와 이번학기에 수업을 들으면서 권가진 교수님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고 동시에 권가진 교수님의 배경과 향후 연구분야가 나의 관심분야와 맞아 떨어졌다. HCI와 교육 관련 주제를 1지망에 적어 제출했고 다행스럽게도 그 분이 나의 지도교수로 정해졌다. 석박사 통합과정에 지원한 동기 두명이 아직 지도교수 배정을 받지 못해 좋아하기 좀 미안했지만 그래도 참 좋다. 권교수님 랩에서 완전(!) 열정적으로 그리고 신나게 연구해야겠다.

#3. 디스플레이 설정이 다른 것인데 마치 오래된 것 처럼 생각함

노트북 없이는 방에서 컴퓨터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재빨리 학과 노트북을 대여했다. (대부분의 자료는 드롭박스와 에버노트에 있고 크롬에 로그인하면 북마크도 다 가져오므로 당장 컴퓨터만 있으면 작업하는데 큰 지장은 없다.) 학과 노트북은 두껍고 무겁고 오래된 삼성 노트북인데 사용하는데 크게 무리가 있진 않다. 그런데 여기서 재밌는 에피소드 하나.

노트북을 켰는데 디스플레이가 옛날 윈도우 버전이었다. 둔탁한 회색에 각진 창들. 그래서 나는 이 컴퓨터가 완전(!) 오래된 컴퓨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느리고 안좋은 구린 컴퓨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는 그저 디스플레이 설정의 문제였을 뿐 실제 성능과는 무관한 요소였다.


얼마나 겉모습에 현혹되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4. 덕분에 세팅부터 Flask 복습함

마지막으로 이 점이 가장 좋은 점인데 바로 Flask (Python 기반 웹 프레임워크) 스터디의 진도를 다시 총복습했다는 점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이전 컴퓨터에서 클라우드에 올려놓지 않은 것이 딱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Flask 스터디 연습 코드였다. 요즘 학과 친구들과 Flask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숙제가 예제 소스를 받아서 디자인과 기능을 조금 바꾸는 것이었다. 숙제를 열심히 해 두었는데 컴퓨터를 다시 켜지 않을테니 숙제를 다시 해야 했다. Flask를 쓰기 위해서는 파이썬 설치 이후에 easy_install 다운받아서 virtualenv, pip, flask를 까는 아주 간단한 환경 설정을 했어야 했다. 스터디 하면서 DB 만드는 것 까지 ㄷㅎ이, ㅅㅅ이, ㅅㄱ이의 도움을 받아서 했다.(즉, 혼자 힘으로 한 게 아니었음) 그 일련의 과정을 혼자 실습해 볼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었다. 마침 연휴도 시작됐겠다 싶어 하나씩 차근차근 하다 보니 재미가 쏠쏠했다. 그래서 결국 이전 진도까지 마쳤다. 얏호!

이미 일은 벌어진 것이다. 안타까워 한다고 일어난 일이 없었던 일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일에 대해서는 모두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노트북은 잠시 휴식을 취하도록 두고 나는 다시 열심히 일과 공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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