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2일 일요일

LG에 불났어요?

한 음성통화 내용으로 인터넷이 떠들썩 했나보다. LG U+에 고객센터 상담내용이었는데 귀가 어두우신 어떤 분이 고객센터에 잘못 전화를 거셔서 상담원의 이야기를 잘 알아듣지 못해서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어떤 사람은 LG U+의 고도의 마케팅이 아니냐고 했고 어떤 사람은 고객과의 통화를 유출시켰다는 점에서 이는 심각한 개인정보침해라고 했다.

카카오톡으로 전해 받아 인터넷으로 찾아 들어보았는데 하나도 재밌지 않았고 어느 부분에서 웃음이 터지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들었던 생각은 '이 상담원 참 힘들었겠다' 였다. 다른 사람들도 그게 재밌다고 느꼈는지, 재밌다면 어느 포인트에서 터지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주변에 물었더니 엄청 웃었다고 했다. "나는 그게 왜 하나도 안웃기지. 그 고객센터 직원분이 감정노동하는게 안쓰럽던데" 했더니 한 분이 이렇게 물었다. 혹시 내가 그런 감정노동을 경험해본 적이 있냐고.

듣자마자 들었던 생각은 과외였다. 대학생 때 과외를 하면서 아무래도 돈 받고 하는 일이다 보니 최대한 친절하게 잘 하려고 했던 기억이 났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학생들 중에 무례하게 군 아이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부모님들은 늘 상냥하셨다.

그리고 바로 뒤이어 든 생각이 VCNC에서의 CS(Customer Service)였다. 내가 회사 들어갔을 때 풀타임 멤버가 CEO를 제외하고 개발자 세 명과 디자이너 한 명이었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개발을 맡고 있던 ㅈㅎ이가 직접 CS를 하고 있었다. 프로그래밍에만 집중해도 바쁠 친구가 이런 일을 직접 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놀라웠고 그가 본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 일을 맡기로 했다.

/* 사실 이게 기획자(혹은 프로덕트 매니저)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직접 CS를 하지 않더라도 CS에 어떤 이슈가 있는지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점을 좋아하고 어떤 점에 불편을 겪으며 어떤 개선을 원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 CS를 하면서 기능적으로나 디자인적으로나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

내가 이 일을 중요하게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이 일은 나에게 정말 큰 스트레스 였다. 단순 노동을 수반하는 일이기 때문에 - 단순 반복 작업을 싫어하는 사람으로서 - 이 일이 싫었을 수도 있지만 이 일이 생각보다 많은 감정 소모를 수반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창 서비스가 성장하고 있던 터라 고객 메일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예의바르고 교양있게 메일을 보내는 고객님들도 많았지만 정말 어처구니 없는 말투로 혹은 욕설을 담은채 메일을 보내는 분들도 간혹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VCNC의 경험 말고 SK건설에 있을 때도 유사한 경험을 해본 바 있다. 입사할 당시 신입사원이 200여명 정도 있었는데 내가 그 중 인사팀에 배정된 유일한 사원이었다. 따라서 나의 동기들 중 누구든 인사관련 문의가 있으면 일단 나에게 사내 메신저로 말을 걸었다. 그리고 그 문의가 정점을 찍었던 적이 있는데 바로 연봉이 재조정되던 3월즈음이었다. 우리 기수의 연봉이 얼마로 조정되었는지는 초미의 관심사였고 이를 묻는 수많은 질문에 시달려야했다. 나는 물론 알지 못했고 알고 나서도 말해줄 수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잘 둘러대야 했고 업무중에 불이 번쩍이는 채팅창이 여섯개씩 떠있었다. 동기들이야 물어 볼 곳이 나밖에 없었겠지만 내 입장에선 그렇게 하나 둘씩 묻기 시작하면 끝이 없었다.

사실 내게 이런걸 묻는 사람들은 동기들이라 무례하게 말하지도 않았고 그런 대화들로 인해 크게 언짢은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인력팀 직원분들은 생각보다 전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계셨다. 본인이 어디 소속 누구인지 밝히지도 않고 다짜고짜 반말을 해대고 화를 내고 별별 사람들이 다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같은 회사 사람인데도 말이다!

몇 년전에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감정노동자들의 스트레스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콜센터 직원 분들 뿐만 아니라 백화점, 은행, 식당등 각종 서비스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스트레스가 심각하다는 내용이었다. (어찌보면 직장생활하는 모든 사람이 다 감정노동자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세상에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뿐 아니라 우리는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대하며 산다. 좀 더 예의바르고 상냥하게 인간대 인간으로 대하며 살 순 없을까. 대기업 상무가 비행기 승무원을 폭행하는, 우유 제조사가 편의점 주인에게 폭언을 일삼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참고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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