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7일 화요일

김영하 작가의 글에는 힘이 있다

어릴 때 부터 책을 멀리하는 아이였다. 난독증 까지는 아니었지만 텍스트를 가만히 앉아 읽는 다는 것이 지루한 일이라고 느껴졌다. 심지어 만화책도 말풍선 안의 텍스트를 읽어야 하므로 잘 읽지 않았다. 그만큼 글을 읽는 것이 따분한 일로 여겼다.

- 지금 돌이켜보니 언니가 책을 워낙 좋아했어서 괜한 반발심에 책을 멀리 했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내가 아무리 읽어도 언니의 독서량이나 독서력(읽는 속도, 이해력 등)을 따라 갈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랬을까. -

위와 같이 유년시절을 보낸 결과 유명한 문학작품의 제목과 작가에 대해 정보가 없는 문학 무식자가 되었다. 한때는 심지어 문학이란 읽을 가치가 없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나에게 이 책(혹은 작품)이 무슨 도움이 된단 말인가. 삶의 가르침을 주지도 어떤 유용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거늘 내가 왜 억지로 문학을 접해야 하는냐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 이러면서 자기계발서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았다 - 결국 읽은 것이라곤 학교 교과서가 전부인 사람이 되어버렸다.

문학의 일자무식이었던 것이 좋게 작용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웬만한 유명한 작품을 다 읽지 않았기 때문에 그 어떤것을 읽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작가 자체에 대한 정보가 없으므로 선입견 없이 작품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어려서 부터 책을 너무 안읽었어'라는 강박 때문이었는지 도서관에 자주 갔다. 엄밀히 말하면 '책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다. 한 권을 들고 앉아 꾸준히 읽는게 아니라 그냥 윈도우 쇼핑을 하듯이 서가 이곳 저곳을 정처없이 떠돌면서 책을 뒤적였다. 중고등학교때 동네 구립도서관에서 그런 행동을 했고 대학에 가고 나서도 짬이 나면 남들이 공부하거나 책을 읽는 도서관에서 서고 이곳 저곳을 다니며 책을 꺼냈다 꽂았다를 반복했다. 정말 내 인생과는 아무 상관 없을 것 같은 분야의 서고를 기웃거리며 신기한 세상(범죄, 무기, 자살 등)을 접하곤 했다.

김영하 작가를 처음 접한 것 역시 이런 우연을 통해서 였던 것 같다. 사실 너무 오래되서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신문이나 광고를 통해 접한 뒤 제목이 너무 특이해서 어디선가 보고 검색해서 이 책을 찾았는지 도서관을 기웃거리다 이 책을 찾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소설을 통해 김영하 작가를 처음 만났다. 당시 느꼈던 책으로 빨려 드는 듯한 강렬한 기운이 아직도 남아있다.

당시 김영하 작가님이 경영학과 출신이라는 사실이 너무도 신선해서 특히 더 기억에 남았다. 작가는 처음부터 작가로만 사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본인의 재능을 늦게(?) 발현시키는 분도 있구나 싶었다. - 그 후로 알고 보니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가 작가로 활동하게 되신 분들이 꽤 많더라 - 그리고 같은 학교라는 사실에 더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언니는 종종 '요즘 재밌는 읽을 만한 책이 어떤게 있어?'와 같은 질문을 하곤 했다. - 지금은 요즘 쓸만한 어플리케이션 어떤게 있어? 로 그 질문이 치환되었지만 - 아니 나처럼 책을 안읽는 사람한테 이런걸 물어보다니. 그런데 '책은 언니가 더 잘 알지'라고 말했을 법도 한데 이 책을 언니에게 추천했던 기억이 난다. 언니가 간략한 줄거리를 물어보아서 말해주었는데 너무 음울한거 같다며 거절했다. - 언니는 문학도였기에 웬만한 음울한 문학작품은 다 섭렵해서 였을까. 아니면 언니가 처한 현실히 충분히 음울하여 더 이상 음울한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아서 였을까 -

그렇게 김영하 작가님은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작가님이 되었다. - 좋아한다고 하지만 아직 그의 작품을 반도 못 읽었다. 내 수준이 여전히 이러하다.

작년에 그의 산문집이 나온다고 하여 설렜다. 소설이라는 매체를 통해 작품활동을 하는 소설가가 블로그에 글을 적듯 본인의 생각을 직설적으로 풀어낸다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예약 구매를 걸어두었다는 친구 이야기를 듣고 나도 냉큼 구매하여 출장길에 들고 갔다. - 다른 사람들은 출장 중에 비행기나 숙소에서 책을 읽기 때문에 책을 챙겨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의 경우는 출장 중 책은 수면 유도용으로 챙긴다. 졸음을 부르는데 딱 좋은 영어책을 챙기는데, 외국 서적은 작고 가벼워 들고다니기도 편하기 때문에 일석이조다. - 김영하 작가님의 산문집을 '읽.으.려.고' 출장길에 챙겼다. 즉 출장길임에도 불구하고 읽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아 (비교적) 무거운 책을 챙겼다. 작년 10월 초 출장 다녀오는 길에 책을 다 읽었고 여러번 뒤적여 보았다. 챙겨가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역시 김영하 작가님이란 생각이 들었다.

산문집 첫번째인 '보다'를 보고 너무나 강렬했던 그 느낌을 기억하고 있던 차에, 홍대입구 역을 지나다 김영하 산문 '말하다' 광고를 마주쳤다. 바로 지하철에서 모바일로 책을 주문했다. 그리고 책은 주말사이에 도착했고 책을 들고 지하철에서, 집에서, 짬짬이 읽어 결국 다 읽었다. 뚝딱.

김영하 작가님의 글에는 어떤 힘이 있다.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있는가 하면,
뭔가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 힘에 끌려 김영하 작가님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 적어보았다.

단숨에 책에 빠져들게 하고,
책을 놓치 못하게 하고,
책을 다시 보게 만들며,
글을 쓰게 만드는 이런 작가님을 만나게 되어 좋다.
뿐만 아니라 오롯한 인생관을 담담하게 전달하는 그의 모습은 내게 위안이 된다.
나만 그런것이 아니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위안이 되며,
그의 조목조목 따져가는듯 말하는 문체로 나의 복잡 미묘한 생각과 감정을 잘 풀어주는 것 같아 짜릿한 행복감을 느낀다.

써놓고 발간 안하신 장편 소설 작품들이 세상의 빛을 보길 기대해 본다.
물론, 그 전에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야겠다.

김영하 작가님 위키피디아 프로필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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