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23일 월요일

번역은 또 하나의 창작예술입니다.

번역은 또 하나의 창작예술입니다.
- 프로 번역가 김우열
(출처: 한국경제매거진)

# 불어를 배워서 원서로 읽고 싶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

대학생 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읽으며 - 그 작품이 <타나토노트>였는지 <천사들의 제국>이었는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 이 사람이 어느 사람인지 확인해보고 이 사람이 쓴 원어로 이 작품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있다. 말이라는 것에는 '맛'이 있는데 번역된 작품이 이정도로 맛있으려면 원래 글을 얼마나 맛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던거 같다. 물론 그 말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그 언어의 문화적 배경이나 맥락도 알아야 겠지만 말이다 :)

# 번역에 따라 작품은 다르게 전달 될 수 있다 -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번역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며, 누가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낀 바가 있다. 5월에 체코 여행을 앞두고 체코의 대표 작가인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을 미리 읽어보려고 서점에 갔다. 그의 대표작인 <변신>을 사서 읽으려고 서가에 갔는데 거의 20여권의 책이 있었다. 아니 이 중에 어떤 책을 골라야 하지? 일단 첫번째 꽂혀있는 책을 꺼내어 한단락을 읽었다. 그리고 두번째 꽂혀있는 책을 꺼내어 첫 단락을 읽었다. 어라? 느낌이 영 다른데? 세번째 책도, 네번째 책도 모두 사뭇 달랐다. 미묘하게 달랐다. 그렇게 나는 거의 스무권 가까이 되는 모든 '변신' 번역서의 첫 단락을 읽었고 가장 잘 읽히는 - 쉽게 풀어쓴 것 같은 - 책을 골랐다. 청소년문학시리즈로 발간된 고려대학교출판부의 책이었다.
별 것 아닌거 같지만 당시의 충격(?) 혹은 놀라움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한 권의 책이 이렇게 다양한 출판사, 다양한 번역가에 의해 번역되어질 수 있단 사실도 신기했고 그 번역된 내용이 이토록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사실은 더 놀라웠다.

# 번역 표절은 충분히 가능하다 - 크눌프 번역서 표절 논란

<변신>을 통해 번역의 다양성을 경험한 뒤 <데미안>과 <수레바퀴 아래서> 번역 표절을 마주하게 되었다.
크눌프 '데미안·수레바퀴 아래서' 번역서 표절 논란(종합2보)
요약하자면, 크눌프 출판사에서 문학동네와 민음사에서 해놓은 기존 번역서를 짜깁기 하여 출간했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문학동네측에서 제시한 증거들을 보니 이런 문제를 충분히 제기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신>의 충격이 없었더라면 '원문이 같으니 유사할 수도 있는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을 법도 한데 이건 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궁금)

# 이중으로 번역하는게 가능한 일일까 - <마시멜로 이야기> 이중 번역 논란

번역 표절 이야기가 나와서 생각난 것인데 전 SBS 아나운서인 정지영 아나운서가 <마시멜로 이야기> 번역과 관련하여 대리번역, 혹은 이중번역 의혹이 일었던 적이 있다. 당시에 엄청난 화살들이 정지영 전 아나운서에게로 향했던것으로 기억하는데, 사건의 진위를 떠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김영하 작가님의 <위대한 게츠비>

최근에 김영하 작가님의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을 듣다가 김영하 작가님이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하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침 리디북스 페이퍼로 <위대한 게츠비>를 읽던 중이어서 급하게 내가 읽고 있는 번역서와 김영하 작가님의 번역부분을 비교해서 들어 보았다. 이럴수가. 역시나 많이 달랐다. 그리고 역자후기(김영하 작가님의 역자 후기: 위대한 개츠비)에서도 언급한 바 있듯이 반말이나 존댓말 같은 부분이 문학 작품을 느끼는데 많은 차이를 준다고 생각했다. (외화 더빙이나 자막에서도 마찬가지!)

# 앤디 위어의 <마션>

앤디 위어(Andy Weir)의 마션을 영화로 먼저보고 책과 내용이 상이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번역서로 하룻밤에 읽었는데 번역서를 읽다보니 원서에는 이걸 뭐라 적었을까 궁금한 부분이 있었다. 체크해두었다가 원서를 구매하여 읽어보았는데 신선했다. 영어로 된 말이 위트가 더 강렬히 전해진달까! 리디북스에서 듣기로 번역서를 재생하여 귀로 국문 내용을 들으면서 눈으로는 원서를 한문장 한문장을 따라가면서 읽어보았다. '아 이 표현을 이렇게 쓰는구나' 싶어 신기했다. (실제로 이렇게 하면 금새 눈으로 읽는 속도가 들리는 속도 보다 빨라지다 보니 어느새 귀로 들어오는 음성은 머리로 들어오지 않고 눈으로 원서를 더 빨리 쫓아가게 된다 - 멀티태스킹은 무리)

# 외국산(?) 콘텐츠, 마케팅 글쓰기

외국계 IT회사를 다니다 보니 수많은 자료들이 본사에서 생성되고 그 문장들이 번역되어 나에게 전달된다. 어떤 번역가인가에 따라 문학 작품이 다르게 태어나는 것 처럼 어떤 번역가가 번역했는지, 혹은 어떤 마케터에 의해 손질했는지에 따라 그 마케팅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나 단순히 어떤 단어를 선택하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내용 자체를 한국식으로 바꿔야 한다. 즉, 번역을 매끄럽게 다듬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새로 쓰는 것이 맞는 일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업무를 하면서 항상 신경쓰는 부분인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번역'과 관련된 이런 저런 생각들을 정리해보았는데, 결론은...
콘텐츠 로컬라이징을 잘하자 :)

#기승전_일

댓글 2개:

  1. 5년전에 우분투 10.04 번역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번역의 어려움을 절실히 느낌. 번역을 위해서는 영어실력보다 한국어 실력이 더 중요함. 그 당시 엄청 어려웠던 것 중 하나가 restart 를 어떻게 번역할 것 인가. "다시 시작" vs. "재시작" vs "재부팅" ...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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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치, 특히 공동작업 같은 경우는 스타일 가이드가 필수임! https://www.facebook.com/translations/style_gui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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