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7일 월요일

오랜 자료들을 못 버리는 이유

뭔가 끊임없이 배우려고 하고 책을 사모으고 수업자료를 못 버리고 그러는 이유가 뭘까.
아직 그 배움에 대한 갈증을 제대로 해소한 적이 단.한.번.도. 없기 때문이 아닐까.

친정집에서 신혼집으로 짐을 꾸준히 옮겼는데 처음에는 당장 2주 출장갈 때 필요할 듯한 기분으로 짐을 챙겨왔다가 계절이 바뀌면서 옷가지도 추가로 챙겨오고 마지막으로 책들이 남았다. 옷 싸올 때는 거의 절반 이상을 버리고 왔는데 책들은 거의 다 챙겨왔다. 오랜만에 책장 정리를 하다보니 베란다에 쌓아두었던 학부시절 - 어머 이건 유물이야! - 프린트물까지 줄줄이 나왔고 거의 다 챙겨왔다. 같이 짐을 챙기러 간 남편은 차마 내게 말하진 않았지만 '아니 이걸 왜 아직까지 갖고 있었으며 심지어 공간도 충분치 않은 신혼집에 이걸 왜 가져가겠다는 건가'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애써 모르는체 하며 바리바리 싸들고 왔다.

간만에 새로 책 정리를 하며 - 아직 대부분 그대로 노끈에 묶여 있지만 - 약 10여년전의 자료들을 뒤적이며 추억에 빠져들었다. 정말 신기한건 '내가 정말 이런걸 이때 배웠단 말인가!' 싶은 것들이 정말 많았다. 물론 성적을 보면 그때 제대로 안배웠던거 같기도. 허허.

여튼 내가 다 읽지 않을 책을 사고, 오래전 공부 했던 자료들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이걸 아직 내 머릿속에 다 넣지 못했기 때문에 가지고라도 있어야겠다는 생각때문이 아닐까!

옛날 어른들이 영어공부할 때 사전을 찢어 먹었다고 했는데 그 의미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씹어먹을 듯 열심히 하겠다는 것도 있지만 이제 다시는 찾아 볼 수 없으니 머리에 새기듯 반드시 외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꼭 모든 것을 '외워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해하고 제대로 담아 두는 것은 중요하다. 지난 30년간 무언가 진득이 제대로 파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돌며 수박 겉핥기 식으로 기웃거린 스스로를 반성한다. 정말 제대로 무언가에 대해 '안다'까지는 아니더라도 '이해했다' 수준까지 간 게 있었을까.

20대 후반에 첫 직장을 그만 둠으로써 나는 두려움을 버렸고 용감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그에 도취되어 아직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열심히 안산건 아니지만 그냥 열심히 살기만 한건 아닌지. 뭔가 배우려고 한다고 말은 하면서 진짜 제대로 배우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시늉만 하고 있는것이란 생각이 든다.

쇄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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